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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08 어둠 속의 대화 - Dialogue in the Dark (6)
수화동아리를 하면서도 한번도 귀를 닫고 수화를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수화를 그저 소통하는 '부수적인' 수단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들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의 수화는 어떤 느낌일까요. 잘은 모르겠지만 한 번쯤 시도해 보고 나면 아마 맑은 소리를 언제나 들을 수 있음에 스스로 감사해질 것 같다는 느낌이 어렴풋이 듭니다.
며칠 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지도교수님의 초청으로 접하게 된 'Dialogue in the Dark' 가 바로 그것입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원래 보려고 했던 연극 좌석이 매진되는 바람에 대신 보게 된 전시였지만, 예상하지 못한 채로 접하는 체험이었기에 도리어 신선하고 뜻깊은 경험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사진 출처 : 어둠 속의 대화 공식 블로그)
Dialogue in the Dark (어둠 속의 대화)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2층 전시실
2007년 7월 13일(금) ~ 12월 30일(일)
관람시간 10:00~20:00 , 15분 간격으로 투어 진행
입장료 성인 20,000원 , 6세~고등학생 16,000원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은 휴관
www.dialogue-in-dark.com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2층 전시실
2007년 7월 13일(금) ~ 12월 30일(일)
관람시간 10:00~20:00 , 15분 간격으로 투어 진행
입장료 성인 20,000원 , 6세~고등학생 16,000원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은 휴관
www.dialogue-in-dark.com
전시관의 첫인상은 '어둡다' 는 느낌입니다. 빨갛고 파란 원색의 로비에는 최소한의 조명만이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빛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모든 물건 - 야광 시계, 핸드폰, mp3 - 을 몸으로부터 떼어 놓습니다. 안경도 벗어서 사물함에 넣어 두어야 합니다.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안경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과감히 벗어두어도 상관 없습니다. 왜냐구요? 이제 우리는 빛이 없는 공간 으로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여기서부터는 전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합니다. 관람 예정이거나 그러할 의사가 있으신 분은, 당일의 생생한 체험을 위하여 다른 페이지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전시회라기보다는 체험에 가까운 대화가 시작됩니다. 참가자들은 시각장애인의 눈과 같은 '케인'을 짚고, 전시관 안으로 천천히 들어갑니다. 가이드는 참가자들의 이름을 묻습니다.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한 외침들이 들려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순식간에 모든이들의 이름을 외우는 데 성공한 가이드는,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주며 어둠 속의 공간을 전혀 두렵지 않은 곳으로 바꾸어 줍니다. 그리고 더 깊은 곳으로 모두를 안내합니다.
모두들 손을 뻗어 무엇이 잡히는지 만져 봅니다. 싱싱한 내음이 느껴지는 나뭇잎이 손끝에 닿습니다. 다소 거칠지만 듬직해 보이는 나무 줄기도 느낄 수 있습니다. 멀리서 새 소리가 들려옵니다. 숲 속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맑은 물이 흐르는 다리를 건널 수 있습니다. 바위결을 타고 흐르는 물의 감촉이 유난히도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비록 '보이지 않는' 숲이지만, 벤치에 앉아서 느끼는 숲 속의 신선함은 눈을 감고 있어도 그대로입니다.
아름다운 느낌을 간직할 수 있게 해 준 숲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우리의 앞에는 새로운 낯선 공간이 펼쳐집니다. 지저귀는 새소리는 어디론가 사리지고, 어디선가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 북적이는 사람 소리, 목청껏 외치는 아주머니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모두들 낯선 공간에 두려움과 호기심을 느낍니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모두들 앞에 놓인 물건에 조심스레 손을 가져다 댑니다. 처음에는 선뜻 알아차리기 힘든 촉감입니다. 그런데 소리를 유심히 듣고, 이것 저것 집고 나니 이곳이 어디인지 금방 알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물건을 사고파는 곳, 이곳은 시장입니다.
모두들 보지 않고서도 무슨 물건들을 팔고 있는지 금방 맞춰냅니다. 모과와 마늘은 특유의 냄새로 코를 자극합니다. 만졌을 때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드는 봉지는 필연 라면 봉지이겠지요. 딱딱하면서도 흩뿌리면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작은 알갱이는 보나마나 쌀일 테이구요. 여기저기서 서로 자기가 잡고 있는 물건을 맞추어 외칩니다. "야, 이건 소시지야 소시지!" 평소처럼 자기 말을 들어주는 친구가 바로 옆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덧 모두들 어둠 속에 함께하는 서로서로를 말동무로 여기고 있나 봅니다.
시장을 지나면 길을 건너야 합니다. 길도 그냥 건너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무턱대고 건너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점자블록을 따라 발의 감촉을 느끼며 걸어가고, 횡단보도에서는 음성 안내를 받아 파란불을 확인해 건너가야 합니다.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시설들이지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길거리에 차들이 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러한 시설들이 얼마나 고맙게 여겨졌는지 모릅니다.
길 건너편에 위치한 건물 안으로 들어섭니다. 향긋한 냄새가 모두를 반깁니다. 반가운 두 사람을 새로이 만나는 곳, 이곳은 Dark Cafe 입니다. 물론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잔돈을 받기도 하며 음료수를 직접 잔에 따라 마시기도 합니다.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들이 낸 돈이 얼마짜리인지 모두 구별해 냅니다. 정확하게 우리들 앞에 주문한 음료를 가져다 주는 것은 물론이구요. 어둠 속에서 마시는 '립톤 아이스티'의 맛은 평소의 맛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신경을 미각에 집중하면 맛도 그만큼 잘 느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두운 공간에서의 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글로 적어보니 다소 짧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만큼 실제의 체험에서도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에는 뭔가 궁금증 덩어리만 잔뜩 남는 체험이 되어버리겠지요. 모두들 신선한 경험 속에서도 궁금했던 점들이 뭉게뭉게 솟아나 자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Dark Cafe 에서 음료를 마시는 동안, 가이드분은 그러한 질문들에 하나씩 답변을 해 주셨습니다.
가이드분이 어떻게 그렇게 안내를 잘 할 수 있었느냐, 적외선 장치와 같은 특수장비를 착용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첫째였지요.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의외였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이곳 안에서는 눈을 감고 돌아다닌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보다는 훨씬 더 잘 돌아다니고, 덜 부딪치고, 덜 넘어질 수 있었지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저희 가이드들이 모두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랍니다."
순간 침묵이 흘렀습니다. 모두들 잠시동안 동정의 마음을 가졌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저 멀리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만 살아가는 줄 알았던 시각장애인이, 한 시간 동안 우리 모두가 믿고 따르고 의지하는 든든한 목동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었다는 점이지요. 이 전시회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이것보다 더 큰 가르침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스스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다른 질문들에 대한 답들도 모두가 쉽게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었습니다. 가령 '도저히 그 짧은 시간 안에 9명 참가자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는 질문에는 '사실 이름 소개를 들으면서 점자 PDA에 입력해 두었다' 고 답변해 주셨고(대부분이 이 설명을 듣고 놀라면서도 '그럼 그렇지' 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폐의 금액은 어떻게 구별하느냐' 는 물음에는 '5천원권을 기준삼아서 짧으면 1천원권, 길면 1만원권으로 판단한다' 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지폐에 오돌토돌하게 튀어나온 금액점자를 기준으로 구별 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실제로 신권의 경우는 점자 크기도 작고 쉽게 닳아 없어지는 까닭에 점자가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고 합니다. 요즈음 신권에 관한 말들이 많지만, 점자에 관한 지적은 이러한 고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는 쉽게 나올 수 없는 지적이지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Dialogue in the Dark 의 설립자 Andreas Heinecke는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게 공포감을,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에게 거부감을 갖는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시각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어둠의 공간이 그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최적의 장소라는 판단을 내려 이런 전시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어느정도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느낌을 받아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많은 후기를 읽어보니 모두가 이 전시회를 통해 그러한 느낌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 제가 괜히 뿌듯해집니다. 2만원이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일지는 모르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따뜻한 마음을 가슴 가득 담아가고 싶다면 기꺼이 추천하는 전시회입니다. 모처럼 저도 한 편의 동화같은 감동을 받고 돌아와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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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c 2007/11/13 00:41
서울대 법대생으로서
원광대 의대 한밝 편집국에
글을 하나 써주는 것은 어떻겠나 친구?
친구로서 ㅋㅋ간절한 부탁이야
교지보내줄게~ 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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