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4 02:23

VAIO TZ36

  노트북을 바꿨다. (사실 바꾼지 좀 됐다 -_-;;;)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때 인터넷강의를 듣겠다는 (?) 목적으로 처음으로 노트북을 갖게 되었다. 사실 그때의 기숙사 컴퓨터실은 완전 도떼기시장 수준이었는데, 1분 1초가 아까운 마당에 하염없이 컴퓨터실 한쪽 벽에 서서 남들 인강 들으며 가끔 알트탭 눌러주는 모습을 구경이나 하고 있을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에는 PMP가 그리 널리 보급되던 때가 아니라서 요런저런 이유를 섞어보니 노트북을 사야겠다는 유혹이 꽤나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혼자 설득하고 혼자 공감) 그래도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고, 또 가격도 부담되던 때라서 최대한 싼 걸로 알아보고 있었는데 200만 원을 훌쩍 넘는 노트북들 사이에서 왠 85만 원짜리 노트북이 쇼핑몰 판매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TOSHIBA Satellite L10)



  그렇게 해서 당시 구입한 모델이 도시바 새틀라이트 L10 이었다. 제품 소개에서 '무게도 2.7kg으로 가벼운 축에 속한다'고 써 놓았길래 정말 가벼운 줄 알고 샀다. (심지어 저 숫자는 '벽돌'에 준하는 배터리를 빼고 측정한 무게였다!) 덕분에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만 있어 운동할 틈이 없었는데 근육운동도 되고 참 좋았다. 게다가 뭘로 만들었는지 모를 신선한 느낌의 LCD는 한 시간만 쳐다봐도 눈에서 눈물이 흘러서 눈을 촉촉하게 해주는 (그야말로) '안습' 조절기능-_-도 갖추고 있었다. 결국 그 노트북은 한 달을 채 못가서 집으로 고이 배송되는 운명을 맞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오면서, 그 노트북을 함께 가지고 왔다. 그렇게 올해 5월까지 그걸로 나의 퉤니퍼스트 센츄리 라이프를 즐겼다. 램도 1GB로 늘리고 자주 최적화를 시켜주니 그래도 나름대로 꽤 쓸만하긴 했다. 다만 저질 LCD는 양파를 갈아 만들었는지 뭔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눈을 따갑게 찔러대서 마치 미친 사람마냥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연출시켰다. 또 다른 아쉬운 점 역시 저질 LCD에 관한 건데, 이게 다른 모니터에서 보는 거랑은 뭔가 색깔을 미묘하게 달리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한번은 포토샵으로 학회 싸이월드 클럽 배너를 만든 일이 있었는데, 분명히 집에서 작업할 때는 고급스러운 금색이 은은하게 흐르는 이미지였는데 학교 전산실에서 접속해보니 모니터에 똥색의 물결이 흐르고 있었다. 결국 그 뒤로 이미지 작업을 할 때는 포토뷰어 기능이 있는 mp3로 파일을 옮겨서 색깔을 확인하는 괴상한 과정을 일일이 거쳐야만 했다.

  새틀라이트를 구입한지 4년째가 되고, 주변에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필기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나도 슬슬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렴한 노트북들은 죄다 새틀라이트 뺨치는 돌덩이들 뿐이었고 지갑은 얇은 마당에 초고급 노트북을 살 수도 없었다. 그때 마침 기업들이 넷북을 줄줄이 내놓기 시작했다. 값도 싸고 크기고 작잖아~ 우왕~ 하면서 지식쇼핑을 열심히 뒤적뒤적 거려보니 LG에서 나온 아이스크림 넷북이 마음에 쏙 들었다. 원래 물건을 구입할 때 이 제품 저 제품 몽땅 알아보고 꼼꼼히 비교한 뒤에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확신이 들어야 지르는 성격이라서, 삼성, MSI, 델, 아수스 등등 넷북이란 넷북은 모두 조사하고 난 뒤에야 드디어 눈 딱 감고 아이스크림 넷북을 지르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으로 구입하기 전에 실물을 눈으로 보아야겠다고 생각하여 용산에 있는 전자상가를 찾았다. 그런데 거기서 괜히 다른 가게들을 기웃기웃 거리다가 아이스크림 넷북이 아웃 오브 안중이 되어버리는 일이 생겼다-_-;;; 우연히 만져본 소니 VAIO가, 저질 LCD랑은 차원을 달리하는 화면에서 선명한 빛을 내뿜고 있었던 것이었다. (과장 조금 섞자면 클릭스를 통해 AMOLED를 처음 접했던 때랑 비슷한 느낌?) 게다가 무게는 넷북인데 성능은 노트북, 디자인까지 깔끔해서 오옷 이거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먹잇감을 노리는 독수리마냥 인터넷을 열심히 뒤졌다. 그런데 정가를 알아보니 VAIO는 완전 떡오브그림이었다. (떡오브그림이라는 신선한 표현을 알려주신 SNULife '요즘 나으 삶의 낙ㅋㅋㅋㅋㅋ' 글쓴이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법! 중고카페와 경매시장까지 몽땅 뒤져 옥션에서 매물을 하나 발견하고, 어떤 알 수 없는 자(낙찰직전에 끼어들어서 낙찰가를 10만원이나 올려놓고 튄 나쁜놈)와 피튀기는 입찰경쟁을 벌인 끝에 정가보다 100만원 가까이 저렴하게 바이오를 하나 업어올 수 있었다!! ㅋㅋ


(VAIO VGN-TZ36L WHITE)


  중고로 구입한 덕분에 엄청 저렴하게 장만하게 되었지만 이전 주인이 정말 노트북을 깔끔하게 쓴 덕분에 그 흔하다는 생활기스 하나도 없었다. 고클린(http://www.gobest.co.kr/goclean/goclean1.htm) 을 이용하여 하드디스크 사용시간을 측정해 보니 달랑 100시간 나왔다. 하루 10시간을 켜놓고 열흘만 있어도 100시간이 되는데-_- 8개월 가까운 기간동안 100시간만 컴퓨터를 켠 걸 보면 조금 사용하다가 거의 쓸 일이 없게 되서 내놓았다는 이전 주인분의 설명이 정말인 듯하다.

  자랑을 조금 하자면 우선 해상도가 높아서 답답하지 않고 화면이 선명한게 정말 마음에 든다. 생김새도 가지고 다니면 왠지 뿌듯할 것 같은 디자인이지만, 기스날까봐 집에만 고이 모셔놓고 있는 중이다. (학교가는 길에 스타벅스 앞을 지나가다 보면 꼭 창가쪽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 + 유난히 신경쓴 옷차림 +  노트북 요 세 가지 조건을 갖추고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거기서 가끔 내꺼랑 똑같은 모델이 보이는 걸 보니 요 모델이 허세 + 과시용으로도 인기가 좋은가보다 -_-) 발열이 조금...은 아니고 많이 있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다른 곳도 아닌 팜레스트 부분이 뜨거워서 허공에서 손을 휘저으며 키보드를 뾱뾱 눌러야 했던 지난번 노트북보다는 나은 편이다 ㅎㅎ

  유일(?)한 걱정거리는 이제 곧 A/S 기간이 만료된다는 것이다. 중고로 샀으니 이런 단점은 감수해야 하겠지만 소니 하면 또 소니 타이머로 워낙 유명하니까 .... 'ㅡ' ;; (http://ko.wikipedia.org/wiki/%EC%86%8C%EB%8B%88_%ED%83%80%EC%9D%B4%EB%A8%B8 위키백과 참고) 다음주면 1년인데 소니타이머 작동하기 전에 미리 A/S 센터를 방문해서 노트북에 이상이 없는지 미리 점검해 보아야겠다.



  이 글을 쓰면서 느낀건데, 앞으로는 블로그에 글을 쓸때 부담을 갖지 말아야겠다. 글 쓰고 다시 읽어보고, 매끄럽게 읽히도록 또 고치고 하다 보니 글을 한번에 다 쓰지 못하고 조금씩 쓰다가 미루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5월 말에 구입한 노트북 얘기가 이제서야 올라오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ㅠㅡㅜ 이거 7월 7일부터 쓴건데 ㅠㅠㅠ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의 마지막에 (인터넷에서 퍼온) 인용구를 덧붙여 보겠다.  (허세 인용 아님ㅋㅋ)


  카뮈는 다음과 같이 덧붙여 말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치러야 하는가!  적어도, 화가는 소재를 붙잡게 되면
   그 소재에 곧장 다가갈 수 있고, 자기 정신 속에
   있는 것을 재빨리 현실화할 수 있는데..."

  진정한 것과 꾸며낸 것은
  틀림없이 문체 자체에 의해 첫눈에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목수가 벽을 두드려보아
  속이 차서 충실하게 울리는 부분과 텅 비어 공허하게 울리는 부분을 구별하는 것과 같다.

  - 장 그르니에의《카뮈를 추억하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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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해를삼킨아이 2009/08/20 22:07 address edit & del reply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vaio(z45) 오너라서 vaio로 검색하다가 이 곳에 오게 됐네요^^

    • Peter 2009/08/22 00:01 address edit & del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2. 고쑤누나 2009/08/20 23:17 address edit & del reply

    그래 연창아 좀 짧게 자주자주 쓰도록 해라
    너무 길어서 걍 다 안 읽게된단 말이다 ㅋㅋㅋㅋㅋ

    • Peter 2009/08/22 00:01 address edit & del

      ㅋㅋㅋㅋ 그러려구~ 이제 짧게라도 자주 써야겠어~ ㅎㅎ

  3. myllyj 2009/08/21 14:57 address edit & del reply

    음 이거슨.... 저는 A1-T260K 사용중이죠. 사용이유는 그냥 가벼우니까.. 아주 오래된 놈임에도 불구하고 넷북도 아닐 뿐더러, 심지어 CPU가 가상화까지 지원하죠! ㅋㅋㅋ 다만 SSD가 아니라서 느린 속도는... -0- 그래서 SSD를 살까 합니다. ㅡ_ㅡ

    • Peter 2009/08/22 00:07 address edit & del

      오랜만에 뵙습니다!~~^^
      검색해봤더니 무게가 1.05kg밖에 안되네요? 대단 대단 +_+ 제가 아는 형님 중에 노트북에 SSD를 달아서 사용하시는 분이 있어서 잠깐 구경해 봤는데 부팅 속도도 그렇고 확실히 빠르긴 빠르더라구요 ^^ 용량의 압박이 좀 심해 보이긴 했지만 외부 저장장치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노트북 성능을 보완해주는 효과는 좋은 것 같아요~ㅎㅎ (SSD에 대해 잘 몰라서 단점들을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요^^;;)

  4. BlogIcon Peter 2009/08/22 01:07 address edit & del reply

    아...댓글을 신나게 달고 메일을 확인했더니 소니에서 넷북이 출시되었다는 광고가 날아왔네요...일찍 좀 나오지 ㅠㅠㅠㅠㅠ

  5. BlogIcon Mademoiselle 박~ 2009/09/04 12:01 address edit & del reply

    와아~ 내 댓글이 영향력이 있다니 영광인데~ ㅋㅋ
    앞으론 더더욱 니 블로그의 애독자가 되어줄게^^ (부담 주기ㅋ)

    근데 연창아~ 코언니 말대로 니 글 너어무 길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좋은 노트북을 구입했다니 다행ㅋ
    나도 10년 된(-_-;;) PC 한 1~2년만 더 쓰고 노트북으로 사려구ㅋㅋ
    가지고 다닐 수도 있고.. 전기세도 덜 나온다고 어디서 들은 거 같음ㅋ 맞나ㅋㅋ

    • Peter 2009/09/11 00:59 address edit & del

      짧은 글 여러번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개학과 동시에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컴퓨터를 10년씩이나 쓰다니 정말 대단 -_- 왠만하면 돈모아서 바꿔~ 동방 컴터 봐봐 날아다니잖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