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쌩 지하철을 타고 내린 뒤 우리가 정한 첫 행선지는 피카소미술관이었다.
박물관과 미술관의 도시답게 파리에서는 일정한 기간동안 시내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뮤지엄 패스(Museum pass)"를 팔고 있었다. 가격은 2일권 30유로, 4일권 45유로 등으로 싼 편은 아니었지만 자기가 가고 싶은 박물관들의 입장료를 더해봐서 패스의 가격보다 비싸면 당연히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그렇게 계획성 있는 축에 속하지 못했는데, 갈 곳을 정한 뒤 패스를 구입한 것이 아니라 일단 패스를 산 뒤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박물관을 들어가기로 했다. (마음에도 없는 피카소미술관을 찾아가게 된 것도 다 이때문이다. 뭐,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지만.)




생각보다 친절하지 못한 가이드북의 프랑스편에 새삼 놀라면서 이곳저곳을 해메고 다녔지만 목적지를 찾는 일은 영국에서만큼 쉽지는 않았다. 우리는 결국 용감하게 길을 지나가던 부부를 붙잡고 최대한 간단하게 단어로만 질문을 던졌다.


"익스큐즈 미" <- 나
"(하하호호 웃으며) 오우, 익스 퀴~제 무아" <- 부부, 익스큐즈미의 불어식 표현인가 보다.
"피카~소"
"??"
(발음이 문제인가? 액센트를 바꾸어 보기로 했다.)
"피~카소?"
"??"
"피카소~?"
"Oooh, #%#$^#$~"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 라고 하면서 부부는 내 등 뒤를 가리켰다.



손가락의 방향을 따라 고개를 뒤로 휙 돌렸을 때 보았던 모습은 이랬다.



안내판이 바로 뒤에 있었다 -_-00
난감하고 쪽팔린 상황을 급웃음으로 대충 때우고 부부를 보낸 다음, 안내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
오래 걸리지 않아 아담한 크기의 피카소미술관을 만날 수 있었다.






피카소 미술관(Musee Picasso)

피카소 일생동안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이다. 미술관 자체의 역사는 20여 년으로 그리 길지 않지만, 피카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들르지 않고는 못 배길 곳이다. 피카소가 수집한 마티스, 세잔 등의 작품도 일부 있다.

뮤지엄 패스 소지자 무료, 미소지자 일반 6.7유로 학생 5.2유로
1호선 Saint Paul 역, 8호선 Chemin-Vert 역, 8호선 Filles du Calvaire 역에서 하차
(쓰다 보니 생각난 건데 파리의 지하철은 무려 14호선까지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중학생 때는 미술책 속의 작품들 (특히 현대미술)을 보면서 '거 참 나도 그리겠네' 하는 생각이 주구장창 들었다. 공간을 네모로 몇 개 분할해 놓고 빈 칸에 색칠한 다음 Composition이라는 이름의 '작품' 을 만들어 낸 몬드리안을 배우면서는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내가 하면 낙서고 남이 하면 5억'이냐는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피카소의 작품도 아주아주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딱 그 느낌이다. 하지만 이것도 아직 내가 미술의 미 자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몇 가지 작품을 소개해 본다.



뒤에 있는 사람이 물리력으로 빨간 옷 아이를 짓누르고 있는 그림인 줄 알았다.
빨간 옷 아이의 표정이 무척이나 겁에 질리고 힘들어보인다.
이 그림의 제목은




"엄마와 아이" 이다.
나만 눈이 좀 이상한가 ;;;;?


 
 
 
무슨 집 같기도 하고 기워메운 헌 옷 같기도 한 모습이다.

요새 하도 블로그에 댓글이 안 달리길래 이 작품으로 댓글 이벤트를 할까 한다. (쌩뚱맞지만-_-)
피카소의 이 작품 이름을 댓글로 가장 먼저 맞춘 사람에게는 도토리 10개를 증정하도록 하겠다.
응모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블로그에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도 정답을 알고 있다면 도전해주길 바란다.

위대한 화가 피카소의 작품으로 이벤트나 하고 있어서 좀 부끄럽긴 하지만ㅠ 이렇게 포스트를 작성해 두면
예술에 조예가 깊어진 훗날 이 글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띨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푼 꿈을 꾸는 중이다.


 
 
그림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그림이 아니라 종이 등의 재료를 붙여 만든 입체물이다.
넓적한 물고기 종류 아니면 기관총이 아마 작품의 제목이 아닐까 싶다.



 
 
바이올린이란다.....






이번 작품은 좀 쉽다. (잠시나마 그림을 잘못 보고 '도자기와 타조' 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낭만적인 제목. The Lovers.







아낙네...? 주술사....? 아프리칸....?



'오렌지를 든 여인 또는 사과를 든 여인' 이다..-_-
제목을 보고 작품을 다시 보니 오렌지인지 사과인지 나도 구분은 안 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피카소는 그 답을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오렌지를 의도했으면 오렌지, 사과를 의도한 거면 사과일텐데.
작품 이름을 일부러 저렇게 지은거라면 저 또한 무슨 의도가 있는 작명일까?
알쏭달쏭하다.





입체파 화가 피카소를 특징적으로 나타내주는 그림 중 하나이다.
2차원의 화면에 사람의 옆모습과 앞모습을 모두 나타내고자 했던 피카소는
그림의 반절을 옆모습으로, 나머지 반절을 앞모습으로 그려넣는 기법을 취하였다.
그래서인지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접하면 왠 괴물아가씨가 턱을 괴고 있는 형상인데...-_-
이처럼 반씩 가리고 보니 피카소가 의도한 대로 그림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가린 종이는 피카소 미술관의 안내 리플렛인데, 그림에 막 댄 것이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나머지 반절. 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난다.
볼수록 신기한 그림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몇 가지는 이정도였다.
아무 생각 없이 무턱대고 찾아간 첫 방문지 치고는 인상에도 오래 남고 유익하기도 해서 뿌듯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서양미술사 과목을 챙겨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이번학기에도 실현되지 않을 예정이다.)





박물관 옆 골목에서는 유희왕 카드를 팔고 있었다. 파리에까지 이런 게 팔리다니 참 신기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반에 유희왕을 정말 잘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 덕분에 초등학교 졸업하고 5년만에 문구사에서 500원 주고 카드를 사모으던 추억이 떠올랐다. 치밀한 계산과 더불어 허를 찌르는 전술을 구사하던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용인줄만 알았던 게임에 이런 묘미가!' 하고 놀랐던 적이 있다.




길을 걷다보니 요런 차도 있었다.
파리의 청소차인데, 차의 앞 부분에서 강력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길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한다.
청소도 좋지만 저런 식으로 길을 다 청소하려면 물낭비가 심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냄새나고 지저분한) 파리에서 며칠 지나고 나니 추가 예산이 생기면 가장 먼저 청소차부터 늘려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피카소미술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바스티유 광장이 있었다.
광장 중앙의 탑은 7월 혁명 기념탑인데, 탑의 아래에는 7월 혁명 당시 희생된 사람들의 유해가 묻혀 있다고 한다.





꼭대기까지 238계단을 걸으면 전망대에 올라갈 수도 있다. 전망대에서는 에펠 탑,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피곤해서 근처에도 안 가보고 바로 광장을 떠났다-_-00)



(Evening in Paris)

바스티유 광장을 끝으로 호텔로 돌아와 모처럼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파리에서의 첫날은 특별히 시끄럽지도 복잡하지도 않았지만 확실히 영국과는 다른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공간,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다.
2008/07/25 00:39 2008/07/25 00:39
Posted by 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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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행인 2008/08/01 03:09  Modify/Delete  Reply  Address

    이럴바엔 걍 도토리 주기 싫다하세요 ^^
    근데 답이 무엇인가요? 정말 궁금해요 ~

    • Peter 2008/08/03 23:33  Modify/Delete  Address

      댓글을 보고 나서 생각해 보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지나가다 들러주시는 분께 궁금증만 안겨드려서 죄송해요ㅠ
      (하지만 댓글 유발 효과는 있군요!! 성공적이라는^^:::)
      바로 아래 사진 때문에 답을 쉽게 맞출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정답은 '기타(Guitar)' 랍니다 ^^

  3. idreamlist 2008/08/02 08:22  Modify/Delete  Reply  Address

    으아 =_= 저 그림 제목 뭐임?
    피카소 미술관 웹사이트 들어가 봤는데 다 불어라 못 찾겠어 ㄷㄷㄷ;;
    ㅋㅋㅋ 그림 제목 맞추기 진짜 어렵지 않아?
    어제 라틴아메리카 거장전 갔었는데(난 반만 보고 피고해서 자버렸지만;;)
    대략 신기했으 ㅋㅋㅋㅋ
    아..근데 마지막 하늘 사진 진짜 이쁘다 +_+ㅎ

    • Peter 2008/08/03 23:41  Modify/Delete  Address

      윗 댓글에도 달았듯이 답은 기타(Guitar)야.
      좀 기타 같지 않지만 -_- ㅋㅋㅋㅋ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는 덜 유명한 작품인가봐?
      같은 해(1913)의 다른 기타 작품만 잔뜩 나온다 ㅎㅎ

  4. anne 2008/08/03 00:36  Modify/Delete  Reply  Address

    너 여행기 다시 올리고는 있구나
    놀라운 사실이군

    • Peter 2008/08/03 23:41  Modify/Delete  Address

      난 반드시 완결짓고 말테야
      기대해
      한 2010년이면 다 되려나? ㅋㅋㅋ

  5. 돼지키드 2008/08/05 17:36  Modify/Delete  Reply  Address

    그만좀 우려먹어 이 돼지키드야 이특닮은척도 그만하고 ㅎㅎㅎㅎㅎㅎ

    • Peter 2008/08/05 21:33  Modify/Delete  Address

      이특은 무슨 이특이여 그런 생각 한적 없음! 누가 보면 오해할라~
      그리고 우려먹다니 이게-_-;;;

  6. Mademoiselle 박~ 2008/08/05 21:52  Modify/Delete  Reply  Address

    다녀온 지 1년이 넘은 것 같은데 이렇게 세세한 것까지 다 기억하다니 대단하당ㅋㅋ
    빠리에는 며칠 간 있었던 거야?
    유럽여행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이렇게 갔다고 했었나~??
    유럽여행기 다음 편도 기대할겡ㅋㅋ

  7. 돼지키드 2008/08/06 00:06  Modify/Delete  Reply  Address

    ㅋㅋㅋㅋㅋㅋ 닉네임으로만도 누군지 알수 있는 나이군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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